거실 한 구석의 조그만 구식 오디오에서는 John Coltrane & Johnny Hartman의 LP가 돌아가고 있었고, Johnny Hartman이 "They say it's wonderful"을 나즈막하게 부르고 있었다.
"They say that falling in love is wonderful, so wonderful, so they say..."

난 냉장고에서 깡통맥주를 꺼내 그녀에게 하나를 건내고, 그녀 옆에 걸터앉아 맥주를 몇 모금 마셨다.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... 몇 통의 캔맥주를 비웠을 무렵, 그녀는 새 담배를 피워 물며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.
"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비겁한 일인것 같아. 현재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과거를 기억하는 것 밖에는 다른 그 어떤 의미가 있겠어."
난 아무말 없이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.
"하지만 말야, 만일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, 그 누군가 하나쯤은 날 기억해줬으면 좋겠어. 나... 기억해 줄 수 있어?"
난 한참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.
"기억하기는 쉬워. 언제나 기억하기는 쉬운 일이지. 다만, 그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, 그것이 어려울 뿐이지."
시간은 흘러 그 이유자체도 이제는 모호해졌지만, 어쨌든 그녀와 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야만 했고, 그녀는 한 사람의 아내로, 한 아이의 어머니로, 그리고는... 그녀의 말처럼 결국에는 다른 세상의 존재가 되었다.
그녀가 그 1994년 겨울밤에 내게 했던 그 말조차도 생전의 그녀 기억에서 존재하고 있었는지,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슬픔이라는 것도, 기억이라는 것도, 왜 항상 남겨진 자의 몫으로 남겨지는 건지, 내가 아직 너무 어린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.
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을 난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, 그녀는 나를 한번도 사랑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, 그리고 그럼에도 그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난 십여년을, 그리고 지금까지도 미친듯이 비틀거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.
기억하기는 쉽다. 언제나 기억하기는 쉬운 법이다.
다만 그 기억으로 벗어난다는 것, 그것이 어려울 뿐이다.
그것이 현재의 내가 안고 있는 딜레마이며, 고통이며,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단 하나의 의미이다.



